영화로 개봉 이후 줄곧 책방에 들어갈 때마다 베스트셀러 라인에서 보이는 이 책이 그렇게나 읽고 싶었었다. 하지만 집에 쌓여있는 많은 책들과 많은 공부거리들에 눌려 선뜻 손을 못내밀었다. 그러다 며칠 전 교보문고 인터넷 서점에서 30%할인이라는 말에 선뜻 결제하고 있는 내 모습…(사실 난 현재 쇼핑 중독증세가 좀 있다.)
배송이 오자마자 시험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눈먼자들의 도시를 마구 읽어대기 시작했다. 읽으면 읽을수록 끌리는 치밀한 심리묘사. 최근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들을 읽고 있는데 그와 거의 방불할 정도의 치밀한 성격묘사를 하고 있었다.
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정치적 소설로써 읽어내고 있다. 하지만 내 생각에 사실 주제 사라마구가 그렇게 의도하고 썼다기 보다는 인간의 내면심리를 관찰해볼때 어쩔수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. 결국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저그럴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성이 보인다.
책을 읽는 내내 두려움에 떨었다. 누군가 날 관찰하고 있을 것 같은 불안함, 감시당하고 조종당하고, 이용당하는 것 같은 불편함이 나에게 있는 시간이었다. 과연 그것들이 어떠한 감정상태에서 발현된 것일까.
의사의 아내 세상을 상당히 두렵게 바라본다. 그 두려움은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. 이는 어떠한 악한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다. 인간 그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담겨있는 것 같다. 그의 남편조차도 눈이 멀어버렸을 때 외도를 행한다. 왜 그래야만 했을까? 눈이 먼 우리는 그러한 잘잘못을 구분할 능력을 잃는다. 밝음과 어두움을 구별할 수 없다. 모든 인간이 눈이 멀어버린 세상은 그야말로 악의 천국이다. 모든 사람들이 악만을 행하고 더럽고 음탕하다. 하지만 그들의 눈엔 하얀 세상만이 보일 뿐이다. 모든 것이 선해 보이는 세상. 아무리 더러운 오물을 밟아도 그저 쓱 한번 닦아내고 가버리는 것이다.
인간은 눈을 가렸을 때 비로소 그 내면의 참 모습을 보일 것 같다. 음지의 모습이 양지로 나와버리는 것이다. 주제 사라마구는 바로 이 작업을 행했다. 음지의 모든 행동들을 양지로 끌어내어 그들이 안보이는 빛을 쐬어주고 그 현상을 관찰한다. 그들을 서로 죽이고 약탈하고 권력을 탐하고 먹을 것에 집중한다. 그들에게 양심이나 가치따윈 없다. 그저 그것이 인간의 모습이다. 우리의 숨겨진 이면에 감추어진 본 모습인 것이다.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이러한 더러움과 악함이 있는 우리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.
하지만 주제 사라마구는 희망을 제시한다. 마지막에 모두가 눈을 뜨게 된다. 그 눈을 뜨는 장면은 진실한 사랑이 등장하고 양보와 타협이 나타난, 그리고 우리의 몸을 깨끗이 정화한 후에 일어난다. 우리가 알았던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몸을 흔들어대던 동작들이 아니고 겉모습, 나이가 아닌 그 사람에 대한 신뢰와 그 내면에 대한 존중이 있는 진정한 사랑이 창녀에게 찾아왔다. 항상 불만을 가져오고 신뢰를 보내지 못했던 맨 처음 눈이 멀어버린 남자는 맨 마지막에 가서야 의사에게 조금의 신뢰를 보낸다. 이 모든 것들이 그들을 변화를 보여준다.
의사의 아내는 왜 눈이 멀지 않았을까? 그녀는 그 남편을 진실되게 사랑했고 충분한 동정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용기를 가지고 있었다. 그런 모습이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어 보인다.
한가지 재미있는 생각을 한 것이 있는데 왜 이 소설에 감정표나 문장나눔이 없을까? 사람들은 집중력을 이끌어내는 도구라고 이야기한다. 물론 그런 것 같다. 피곤할 정도로 집중해야 그게 누구의 말인지 알아볼 수 있었으니까… 주제 사라마구는 그것 외에 그것이 눈먼 후의 목소리만으로 사람을 구분하고 파악해야하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상황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. 그리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처음으로 눈이 먼 남자의 집에 살고 있던 눈이 안보임에도 기록을 하고 있는 그 작가의 글쓰기 방식이 바로 이 소설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. 왜냐하면 눈이 멀어있는 상태에서 줄을 바꾼다는것은 어디서 쓰고있는 라인을 놓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.
영화를 보기 전에 소설을 본 것이 탁월했던 것 같다. 그리고 영화의 긴장감과 책의 긴장감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책이 훌륭하다. 물론 주제 사라마구의 치밀한 묘사에서 이러한 모든 것들이 함께한 것들일 것이다. 노벨 문학상을 받을만한 작가였던 것 같다. 앞으로도 그의 많은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
